1997년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 밀려오기 시작한 거대한 경제위기의 해일은 급기야 한국 경제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IMF 구제금융 체제는 한국 기업들의 고용관계에도 과거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커다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였다. 1980년대 이후 한국 기업들은 몇 차례 일시적 경기후퇴를 경험했지만, 이러한 후퇴는 일시적 현상이었고, 대다수 기업들은 핵심 노동력의 고용을 축소하지 않은 채 주변 노동력의 규모를 조절함으로써 일시적 경기변동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체제 경제 상황 속, 기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경제 현실은 당시까지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던 노동력의 일자리조차 안전할 수 없었다.
외환위기 발생 이후 경제위기 극복, 경제체질 개선이라는 목표 하에 구조개혁 작업이 이루어졌다. 구조개혁을 위해 금융 • 기업 • 공공 • 노동부문의 4대 중점분야가 설정되었다. 그 중 노동부분 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두어졌다. 정부는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를 도입하여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였다. 고용보험의 확대, 근로시간 단축, 여성인력 활용 확대 등에 노력을 기울여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우리는 평가하고 있다.
본 레포트를 통하여 IMF 외환위기가 가져온 거시경제적 변화가 국내 기업에 미친 영향과 그에 따른 인적자원관리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따라 바뀐 기업 인적자원관리를 통하여 향후 환경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1. 외환위기가 불러온 변화
갑작스런 금융 및 경제 위기는 기존의 생산체제와 고용관행을 여지없이 뒤 흔들어 놓았다. 만성적 과잉투자와 이에 따른 자금압박에 직면한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경기위축에 따른 내수시장의 급속한 수축으로 인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던 기업들과 이에 의존하던 중소기업들은 연쇄적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급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직면하였고, 이에 따라 불가피한 고용조정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① 기업부문 구조조정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퇴출, 재무구조개선약정,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규모 사업교환(빅딜)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들이 대거 도입되었고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실해지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났다.
기업구조개혁 5+3 원칙
대기업의 불투명한 경영구조와 차입에 의한 과도한 사업확장이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IMF는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한 기업부분의 개혁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이후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 주도의 기업부분 구조조정이 촉진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이전인 1998년 1월, 5대 그룹 총수와 회동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2월에는 정부와 재계가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사업 설정, 경영책임 강화라는 5대 핵심과제에 합의하였다. 1999년 8월에는 순환출자 및 부당내부거래 억제, 제2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및 금융지배 차단, 변칙상속 및 증여 방지라는 3대 보완과제가 추가됨으로써 ‘기업구조 개혁 5+3 원칙’ 이라는 큰 틀이 짜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