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는 점이다. 네스는 야생의 자연파괴 또는 종의 소멸과 같은 문제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낳는다고 주장한다(서규선문종길, 2000: 190). 이러한 네스의 지적은 심층생태학이 지나치게 낙관주의와 사변적(형이상학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염려한 데서 비롯된다. 그가 염려한대로 심층생태학은 인간과 자연의 본원적 관계 안에서 생명중심주의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비판하고 나선 학자가 사회생태론자인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이다.
Ⅶ. 미디어생태학
미디어생태학은 현대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기본적 가정과 이론적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본적 가정은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Nystrom, 1993) 첫째, 미디어생태학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변화, 특히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관련한 변화의 특징과 속도는 과거에 경험된 어떤 문화와도 완전히 구별된다는 기본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변화와 사회환경변화의 관련성 연구, 즉 변화와 특징의 단계를 과거 문화와의 비교를 통해 분석해야 한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효과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생태학은 인간과 미디어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생존기회를 용이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셋째, 미디어생태학은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인간의 지각, 느낌, 가치, 행위에 대한 미디어, 기술, 기법과 같은 복합적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영향에 대해 인식하고 그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넷째, 커뮤니케이션 변화는 승수적(synergistic)인 과정으로 단순한 부가적인 과정이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이나 기존 미디어의 변화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인 모든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다섯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법, 기술은 인간행위의 의식적, 무의식적인 강력한 조작 도구로 간주하는 미디어생태학에 있어서, 미디어 기술에 의해 수행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그러한 조작적 특성에 대한 최선의 공공적 방어가 된다. 따라서 미디어생태학의 목적은 미디어와 기법, 기술의 과정과 효과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관점을 가능한 광범위한 수용자에게 유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본가정 속에서 미디어생태학자들은 미디어생태학을 연구하기 위해 메타이론적인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촉구한다. 나아가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변화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관점과 연구를 통합하기 위한 인식틀을 제공하는데 미디어 생태학의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효과, 적용,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분야의 특별한 관점을 도출해서 그것을 통합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생태론적 미디어 연구자들은 미디어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동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직접적으로 미디어생태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연구는 미디어생태학의 이론적 원리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미디어생태학의 이론적 원리는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형태는 현실을 부호화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구조는 그 자체로서 현실의 어떤 인식을 드러내주는 하나의 메시지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맥루한(McLuhan, 1965/1997, p.25)의 경구가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현실구성을 지배하는 것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미디어의 형태라는 것이다. 두 번째 원리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그 자체의 편향성과 제한성을 갖는다는 것으로, 미디어의 구조는 그것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의 종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이동후, 1999) 세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떠한 미디어도 독립적으로 운용될 수는 없으며, 각각의 미디어는 다른 모든 미디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엘룰(Ellul, 1996, p.65)은 모든 발명은 선행한 기술시대에 그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원리에서 미디어생태학은 몇 가지 흥미있는 가설이 도출되었다. 그것은 첫째, 어떤 새로운 미디어는 항상 구 미디어를 반영한다는 것으로, 이것은 미디어의 혼성성(hybridity)의 개념(이동후, 1999, 2001)으로 정리된다. 둘째, 뉴미디어는 시간, 돈, 관심, 그것이 소개된 문화에의 충성도 등에서 항상 구미디어와 치열한 경쟁을 한다.(Postman, 1992/2001, p.29) 셋째, 이 경쟁의 결과 결국 구미디어는 생존을 위해 급격한 변신을 꾀하던가, 아니면 구식이 되어 예술적 형태로 보호받게 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 원리는, 모든 의사소통 미디어는 그 미디어를 사용하는 개인 및 단체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리(Lee, 1960, p.136)는 특정사회의 구성원들은 오직 그 사회의 부호속에서 그들에게 제시된 것을 통해서만 실질적으로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 원리를 뒷받침한다. 다섯 번째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사회적 단체의 조직화 및 그들의 모든 제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미디어 생태학의 가장 지배적인 것으로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원리들은 미디어생태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정리된 것으로, 이후의 미디어생태학을 연구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되면서 그 이론적 통찰력과 유용성을 더 해가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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