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시각으로 그 배경이나 원인을 설명하였다. 한 부류의 학자들은 미국이 프로그램을 일 방향적으로 해외로 배급하는 것은 미디어 기업의 이윤을 추구함과 동시에 미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며 미국적 가치체계를 전달함으로써 이를 소비하는 주변국들의 문화 종속을 심화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Schiller 1969, Mattelart, 1977). 또 다른 부류의 학자들은 소수 영상 선진국에서 주변국으로 영상물을 일방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시장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경쟁의 결과라고 주장한다(Waterman, 1985, Hoskin & Mirus 1988;, Wildman & Siwek, 1993). 하지만 두 가지 시각 모두 최근에 증가되고 있는 프로그램 교류의 지역화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McAnany(1986)는 영상물의 국제적 유통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 영상산업의 특성과 기능 및 경제구조, 개별국가들과의 관계, 각국의 역사와 사회적 특수성 및 발전단계 등 보다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논의들과 함께 최근에 논의되기 시작한 시각이 문화다원주의 시각이다. 문화다원주의 시각에 따르면 문화의 세계화는 더 이상 초국적 문화산업에 의해 주도되는 단 하나의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정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문화다원주의론은 특정 국가의 제작물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던 것과는 달리 세계 영상물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뚜렷한 판도 변화에 기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유럽, 아시아 등 각 국가에서 제작한 영상물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영상물이 질적 수준을 담보함에 따라 각 지역에서 일정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는 것이다(권호영, 2001). 구체적으로 1980년대 이후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홍콩, 호주, 일본 등이 텔레비전 프로그램 수출의 각 지역적 중심 국가로 뚜렷하게 부상한 경우를 그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 의해 촉발된 아시아 지역에서의 한류 현상 역시 한 국가의 문화물이 문화적 근접성이 높은 국가에서 부분적인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될 것이다.
문화다원주의론은 문화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잠재력과 동시에 한계를 갖는데, 무엇보다도 문화의 수용에 내재되어 있는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재생산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김호기, 2000)는 지적을 받는다. 즉 각 지역의 영상물 수용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의 경합 뒤에는 여전히 그것을 주도하는 미국의 대중문화 체계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세계 각 지역의 지역화가 그러한 지배적인 체계의 지역적 권력 행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다원주의론은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문화 간 상호침투에 의한 문화의 혼종화와 다문화의 양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문화의 수렴이 내적, 외적 저항을 통해 국지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문화의 지역화 문제 및 문화의 흐름이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성을 갖는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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