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통제가 완화됨에 따라 그때까지 억압되어 있던 인플레이션이 한꺼번에 표출되면서 물가가 상승했다. 즉 억압된 인플레이션은 시장화 과정에서의 급진적 혹은 점진적 가격자유화와 더불어 공개된 인플레이션(open inflation)으로 전환된 것이다.
북한에도 현재 억압된 인플레이션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통화과잉상태에 기인한다. 후술하겠지만 북한의 통화과잉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시장화 과정이 본격화되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북한에서 장마당으로 불리는 암시장의 창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가 배급체계의 마비와 함께 급격히 확대된 북한의 암시장은 현재 공식경제, 국영상업망의 단순한 보완수단이 아니라 대체수단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식량의 60% 정도를, 생필품의 80% 정도를 장마당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북한 시장화의 초기조건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암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진행되었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피크에 달했다. 다만 다소 진정되었다. 어쨌든 암시장에서의 상품가격은 국정가격의 수십 배, 수백 배 수준에 달하게 되었다.
지난 2002년 7월에 단행된 이른바 71 경제관리개선조치(the July First Program, i.e. the program for improving economic management methods introduced on July 1, 2002) 는 암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도 있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는 가격과 임금의 대폭적인 인상, 기업에 대한 보조금 폐지, 노동자농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조치이다. 가격과 임금의 인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식량생필품 등의 국정가격을 암시장수준에 근접시키면서 가격을 현실화했다는 사실이다. 즉 71 경제관리개선조치는 억압된 인플레이션을 국정가격조정을 통해 공개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 이번 조치로 북한의 전체 물가가 종전보다 25배 인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의 물가동향이다. 인센티브 강화 등의 조치로 공급증가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북한과 같이 경제에서의 자원이 사실상 고갈된 상태에서는 외부에서 자원이 투입되지 않는 한 공급능력 증대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암시장에서는 다시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중앙일보』2002년 12월 5일자는 신의주, 무산 등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 출신의 최근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지역의 암시장에서 식량가격이 23배로 폭등 했고 운동화양복천 등도 1.5배 정도로 올랐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Washington Post 2003 년 1월 26일자도 북한 주민과 기업인 및 현지에서 활동하는 구호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북한 전역의 암시장에서 지난 3개월간 쌀값이 50%나 올랐으며 다른 생필품 가격은 무려 3배 나 폭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Ⅸ. 결론 및 제언
북한이 시장중심의 경제개혁에서 중국을 모델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는 중국과 매우 다를 것이라고 중국의 사업가들과 분석가들이 25일 전망했다.
북한 정부와 밀접한 베이징의 상담업체 코리아 비즈니스 컨설턴트의 분석가 막심 코즐로프는 \'농업개혁 우선 등 북한 개혁의 시작이 중국과 비슷하지만 양국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북한 개혁은 중국과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부는 이미 이달 고가의 정부 구매와 잉여 상품에 대한 자유시장, 작물 선택권 등을 통해 지역 시장에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농업제도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개혁을 위한 시험계획이 1999년부터 존재했다며 이 개혁들은 중국이 경제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시작한 1970년대말과 1980년대 초 시행된 개혁들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1년 6일 간 중국을 방문해 중국 경제개혁의 상징 도시인 상하이(上海)를 방문, 중국 경제개혁에 호감을 표시했으며 이에 따라 북한 정부가 조만간 중국과 비슷한 개혁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코즐로프는 북한의 엄격한 배급제도 폐지는 중국 개혁 초기와 매우 유사하다며 \'과거 북한에서는 쌀과 김치 등 많은 상품이 낮은 가격에 배급표로 분배됐으나 지금은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제한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1980년대 후반에 와서야 개혁을 시작한 산업분야 등 일부 분야에서는 북한이 중국보다 더 빠르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국무원 산하 개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자오 후지는 북한이 중국 모델을 따르려 한다면 투자를 유치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는 어떤 종류의 산업을 육성할지, 어떤 규모의 경제를 이룰지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는 한국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중국, 러시아, 국제기구 등도 도움이 되겠지만 개발도상국인 중국은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우며 미래에는 북한과 일본이 오랜 적대감을 해소한다는 전제하에 일본의 투자도 가능하겠지만 미국의 투자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더라도 미국 기업인들은 북한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부류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투자의 물꼬를 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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