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의 시들 가운데는 조세 제도의 가혹성과 통치자들의 악독한 수탈 행위에 비판을 가한 작품도 적지 않다. 정약용의 작품은 현실을 비판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 보려는 정신이 힘있게 반영된 점이 특징이다. 시「여름날에」에서 시인은 당시 토지 제도·군포 제도·환자 제도·관리 등용 제도의 불합리함과 그것들이 빚어내는 폐해를 신랄하게 폭로하고, 이러한 어질지 못한 법이 어떻게 고쳐져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약용은 자기 작품들에서 봉건 사회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하였다. 그가 구상한 이상적인 정치는 유교적인 '왕도 정치'였다. 따라서 이와 어긋나게 행동하는 악질 관료나 중간 착취자들은 비판받지만, 봉건 제도 자체는 부정되지 않는다. 그의 시들은 이와 같은 제한성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부패한 봉건 사회의 현실을 여러모로 폭로하고 나라의 부강과 백성의 구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봉건 시대 말기의 사실주의 문학이 발전하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5) 실사구시의 학풍-김정희
① 생애
조선의 대학자이며 서예가이며 정치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1786년 - 1856년)은 충청남도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서 태어났다. 1836년 이조 참판을 역임하였으며 헌종 6년부터 14년까지 9년간을 제주도에 유배 와서 적거생활을 하였다. 추사 김정희는 헌종 6년 윤상도의 옥에 관련되었다하여 사형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우의정 조인영의 소언으로 목숨을 부지하여 유배되었다. 9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동안 추사는 지방 유생과 교류하는 한편 학도들에게는 경학과 시문과 서도를 가르쳤다. 귀양살이의 어려움 속에서도 역대 명필을 연구 그 장점을 모아 추사체라는 독특한 글씨를 남겼다 그림에 또한 능하여 죽란과 산수를 즐기며 그렸고, 사실보다 품격을 위주로 하며 선미가 풍기는 남종화의 정신을 고취하였다. 금석학에도 조예가 깊어 북한산비가 신라 진흥왕 순수비임을 증명하는 데 공헌을 하였다. 저서로는 <완당집>, <금석과안록>, <실사구시설> 등이 있다. 추사는 헌종 14년에 방면되었는데 8년 후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② 문학관
김정희는 청나라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실사구시의 학풍을 이루었다 한다. 김정희의 문학관은 실사구시를 이해하면 그 특징이 들어 난다. 실사구시는 사실을 밝히자는 태도이며 고증의 방법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하지만 서적과 문자를 통한 고증을 본령으로 삼았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현저하게 줄었다. 김정희는 시를 논하면서 성령론을 주장했다. 성령론
) 문학의 개성을 중시하는 論이다. 천기론이라고도 한다.
은 시가 심성의 도리를 구현한다든가 정해진 격조를 따라야 한다든가 하는데 대한 반론이다. 시의 바탕이 되는 마음이 어느 한 가지로 정해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자 해서 마음을 성령이라고 일컫는 용어를 택했다. 또한 성령과 함께 격조도 아울러 중요시해야 한다면서 지나친 개방은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불교에까지 탐구의 영역을 넓혀 사상적인 융통성을 보이고서 유학의 본령을 지키는 선비예술이 결코 고루하지 않고 온갖 흥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다. 자기 시를 창작할 때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일상생활을 새롭게 인식하는데 힘써 실제로 체험 가능한 영역에서 고매한 예술을 기대 이상으로 이룩하고자 했다. 그의 작품 <촌사>에서는 시골집 장독대에 피어있는 맨드라미 두어 송이를 정겹게 묘사해 시가 곧 그림임을 보여주었다. 이는 또한 일상적인 소재를 비범하게 다루는 솜씨가 잘 나타나 있다고 하겠다.
3 실학사상의 의의와 한계
실학파 문학은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문학의 의의와 한계를 둘 다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이행기를 중세로 역행시키지 않고 근대로 순행시키고자 하는 사상을 갖추어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지만 국문 문학의 성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하층 예술의 새로운 동력과 직접 연결되지 못했으며, 독자가 아주 제한되어 입지가 좁았다. 문학의 형태나 표현에서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와 운명을 같이 하고 근대문학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학파 문학에서 제기한 사상을 국문문학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과업이 아직 성취되지 못했기 때문에 거듭 재평가되어 마땅한 가치를 지닌다.
Ⅲ. 결론
지금까지 조선후기 실학자와 그 사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선 후기는 여러 방면에서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던 시기이고 이 사건들은 사회의 전반적인 양상을 바꾸었을 만큼의 격변의 시기였다. 불안정한 사회나 시대에서 새로운 사조가 유행하게 되는 것은 문예사조 변천의 기본원칙이다. 조선조 후기에 들어서면서 동요하기 시작한 계급사회의 구조와 민중들의 자각·정권에서 소외된 선비집단·지배계급의 한계성 노출 등은 당시 사회의 불안정 요소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실학이 태동하였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실학은 사회의 전반에 대하여 개혁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이 문학에서도 그대로 표출되어졌다. 따라서 실학파 문학
) 李佑成 「實學派의 文學」, 『국어국문학』 16호, 국어국문학 연구회, 1957, pp.609~611
이라는 개념이 성립될 정도로 독특한 문학관과 문학세계를 구축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비록 국문 문학의 성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하층 예술의 새로운 동력과 직접 연결되지 못했으나 실학문학의 문학적 가치는 높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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