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이 결국 많은 노동운동의 불씨가 되었잖아. 이후 많은 노동운동은 그나마 이전보다 나은 근로환경을 제공해주었고 노동자의 권리도 이전 시대에 비해 보장되게 되었고 말이야. 이거야말로 개인의 법감정에 의한 투쟁이 결국엔 국법과 국민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의 방증이 아닐까.
한참 쓰다보니 편지가 두서없이 길어지기만 했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야. 따라서 어떤 법도 이를 넘어설 수 없으며 그런 법이 있다면 인간은 이것을 되찾기 위하여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지.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타인에게 짓밟히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며 도덕적인 자기 보존이라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단 1원을 손해 보았다 하더라도 이것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 것은 정신적 자살을 의미한다는 거지. 즉, 투쟁의 본질은 부정에 대한 항거에 있으며 이것이 없으면 법은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 악마로 변질된다는 거야. 즉, 한마디로 법은 그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키려 투쟁할 때만 보장된다는 게 그 핵심이야.
조금은 정리가 되었니? 너는 예링의 견해에 대해 혹은 그에 관한 나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곧 있으면 기말 고사 기간인데 남은 학기 마무리 잘하고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랄게. 취업이니, 졸업이니 해서 정신없는 요즘이지만 마음의 여유만큼은 잊지 말고 살자, 우리. 그럼 시간 나면 답장 보내줘. 소식 기다릴게.
봄이 서서히 여름에게 자리를 비워주는 때에
태영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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