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여 오던 시민운동 단체들은 94년 9월 한국시민단체협의회(시민협)를 결성하게 되며 집단적 실체로서 부상하게 된다. 이 시기 시민운동은 그 이전의 시민운동에 비해서는 반독재민중운동의 전투성이나 혁명적 지향을 공유하지 않으나, 정부 및 제도정당, 기득권체제 및 세력을 비판하는 넓은 의미의 정치적 성격을 띄게 된다. 이것은 이전 개발독재체재 하에서 왜곡되게 고착된 정부 및 제도정치에 대한 비판과 민주적 개혁이 시대적 당위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민운동의 정치적 성격은 이전 시기의 시민운동과 대비된다. 경실련으로 대표되는 시민운동 시대의 개막은 그 자체가 민간단체 활성화의 상징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여 진다. 권위주의정권이 발호 하던 시기에는 민간단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주어지지 못하였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은 독재적 조건에 관성화 되어 있던 시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자조적, 對自的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상징적 계기를 만들어 내었다.
Ⅵ. 결 론
1. 경실련의 문제점
(1) 취약한 재정 구조
경실련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로서 우선 자금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는 비단 경실련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민운동의 공통적인 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시민운동 단체의 재정자립도가 30%～40%에 불과한 실정이다. 취약한 재정 구조를 타파하고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민참여를 늘려 회비 모금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비만으로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조직을 운영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결국은 건실한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는 방법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후원금 모집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고. 수시로 시민단체의 재무상황을 공개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는 깨끗한 단체를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2) 전문성 문제
지난 10여 년 간의 시민운동의 급속한 성장은 소위 “경실련 식의 시민운동 모형”의 확산과 궤를 같이 해 왔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경실련은 현재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그 활동 영역이 확대되어 있다. 이처럼 여론의 초점이 될만한 이슈를 모두 다루는 재벌 형 시민단체의 모습으로 백화점식 선단형 운영을 펼쳐나가는 경우 조직과 인력의 한계로 결국은 전문성이 부족하게 되어 합리적인 정책이나 대안을 제시할 역량이 부족하게 된다. 점점 사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거대한 시민단체가 전문성에서 한계를 드러낸다면 단순히 잘못된 정책이나 해결방안 제시에서 나오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나아가 시민 단체에 대한 시민 사회의 불신으로까지 불거지게 되면 결국은 과도기적인 위치에 놓여 있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
(3) 시민이 없는 시민 단체(조직상의 문제)
마지막을 경실련의 문제점으로는 조직상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앞에서도 봤듯이 현재 경실련은 시민단체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활발한 회원의 참여로 단체가 운영되기보다는 소위 운동권 출신의 소수의 사무국의 유급 간사나 지도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 단체에 시민도 없고, 대안도 없다”라고 한 서경석 목사의 말처럼 시민단체가 오히려 시민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가 조직의 목적보다는 오히려 조직의 유지존속이나 상근자의 문제를 우선시하는 등 주객이 전도되고 있으며, 몇몇 인사들은 경실련(시민단체)을 발판으로 정치권에 진입해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한다.(경실련이 배출한 장관만도 수십 명)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경실련은 더 이상 시민단체가 아니라 하나의 정당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더 이상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2. 나아갈 방향
우선 시민단체의 취약한 재정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서구의 경우와 같이 기부문화 및 공익재단의 활동, 후원금에 대한 세금감면제도, 회원참여 등 NGO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법적 ,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시민 단체 역시 다변 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의 재정확보 노력에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의 환경 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이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부금 수입을 극대화하는 경우나, 캐나다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웹사이트를 통한 기부금 모집활동을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경실련 역시 온라인을 통하여 회원들의 회비모금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조직운영의 성찰 및 전문성 확보 문제에 있어서는 스스로 조직운용에 대한 실질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규모에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회원의 참여 기회를 봉쇄하게 되면 이는 다시 거대조직화와 형식적 회원의 확대, 그리고 실질적 회비 확충의 어려움이라는 딜레마에 봉착하게끔 만든다. 이를 위해서 확보된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하고, 회원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고안하고, 일상생활의 수준에서 회원들이 동일시할 수 있는 이슈의 개발과, 자원봉사 정신함양, 회계의 투명화, NGO내부의 정책과정의 민주성 제고 등이 요청된다.
3. 한국의 시민운동의 전망
흔히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창립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의 시민운동은, 현재 역할적인 측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정치적자발적인 참여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더 확대될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의 한국의 시민운동은 엘리트 중심적인 운동에서 탈피하여 순수한 동기를 지닌, 문자 그대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는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국가권력과 시장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한편, 교육문화환경인권 등 삶의 각 영역에서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 제시에 더욱 주력하여야 할 것이며, 성숙된 시민사회에 걸맞은 시민운동의 자기정체성 확립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