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다. 제3의 시나리오를 위해 개성공단을 위축시켜야 한다는 도청 내용과 관련한 언급이 없자, 등장인물인 미래는 미국이 정의로운 국가라면 결코 개성공단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똑똑히 전한다. 이 결말 또한, 앞선 소설의 내용 모두와 연결시켜 ‘현실’이었다고 해도 될 것처럼, 부시가 재선되었지만 한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은 것과 맞아떨어진다. 물론 소설의 내용이 현실과 그토록 맞닿아 있다면, 한반도 전쟁이라는 제3의 시나리오는 있어서는 안 되는 섬뜩한 작전이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한 시기는 지나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전쟁에 대해 소설과 견해를 같이 하며 위협을 느끼고 전쟁에 반대했다. 미국에서도 자국 내의 대통령이 이런 파렴치한 의도가 숨겨진 전쟁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안다면, 미국의 대통령도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소위 ‘평화’로운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올해에 있을 미국의 대선이 한국을 어떻게 좌우할지는 모르겠지만.
3. 나오며
이 글에 소설을 인용한 것 외에, 다른 책들을 많이 인용하여 서로 비교한 것은, 그만큼 소설의 현실성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소설내용을 현실이라고 느낄 만큼 그럴싸하게 쓰는 것이 소설이 아니냐고 누가 묻는다면,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나 이런 가상서사의 경우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 정치적 문제와 관련된 가상서사의 현실성은, 그 자체가 바로 ‘정치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정서라는 소설가의 피살 사건과 캠프 데이비드 도청, 그 뒤에 실타래처럼 얽혀 밝혀지는 미국의 제3의 시나리오. 이는 단순한 가상서사인 것에서, 우리의 현실을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정말 ‘현실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전쟁이라는 것을 겪어본 일이 없는 6.25 이후 세대인 우리에게는 분명 전쟁이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당연히 없을 이야기로 느껴진다. 한마디로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제3의 시나리오』는 사회에 무관심한 채 자신이 만든 울타리만 현실로 보며 살아온 우리들에게 국제 사회와, 한국 사회를 돌아볼 수 있게 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소설을 읽은 모든 한국의 국민들에게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 그런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슬픔’이었다. 소련과 미국에 의해 나뉘어져야 했던 핏줄의 눈물, 주한미군의 범죄에 수없이 상한 나의 나라의 국민들의 아픔, 반미감정을 가진 대통령이 짊어져야 했던 부담, 그러나 한반도 내의 전쟁을 우려해 주한미군에게 “떠나버려라!”라고 외치기엔 약한 국력, 당장 미국이 수입해주지 않으면 무너질 경제……. 모두 다 고통스럽게 꼽아야 하는 약소국의 슬픔인 것이다.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일이 생기면 촛불을 들고 나가 반미를 외쳐대지만 시위 후 돌아가는 길에서는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는 어린 학생들까지……. 이 글을 다 써가는 지금의 필자도, 갑갑한 마음으로 소설 두 권과 자료들을 정리한다. 약한 나라의 한 국민이 지켜봐야 했던 마음 아픈 현실 속에서.
참고 문헌
『제 3의 시나리오』, 김진명, 랜덤하우스중앙, 2004.
『미국은 남북화해를 방해하였나?』, 심양섭, 도서출판오름, 2006.
『미국은 북한을 핵폭격한다 : 그 충격의 시나리오』, 히다카 요시키, 은영미 옮김, 나라원, 2003.
『(강정구 교수의)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 강정구, 통일뉴스, 2006, 『북한이 필요한 미국, 미국이 필요한 한국』, 안문석, 박영률 출판사, 2006.
『레드라인 : 북핵 위기의 진실과 미국의 한반도 시나리오』, 이교관, 한울, 2005.
『10.9 한반도와 핵』, 전현준, 이룸, 2006.